화양연화

220705 mardi 본문

적바림

220705 mardi

도르_도르 2022. 7. 5. 16:14

인터넷 설치가 완료된 기념으로 쓰는 글. 이제 지긋지긋한 핫스폿 연결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귀여운 태그룸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종일 구인 공고란을 살폈다. 처음에는 전일제 직장을 보다가, 그 다음엔 범죄심리사 수련을 병행할 수 있는 파트타임 직장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오늘 간사님에게 온 답장은, 올해 범죄심리사 수련 배치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련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3년 동안 활동하지 않으면 배치 신청에서 제외되는데, 교육받은 지 2년 7개월이 넘어가는 지금, 수련을 할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간사님에게 메일을 하나 더 보냈다. 전주에서 10일 넘게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며 나름 고생해서 받은 교육이 그냥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니 아쉽지만, 규칙은 규칙이니까.

 

며칠 뒤에는 APO 공고가 난다. 직장 다닐 때는 일하느라 시간이 없었다면 이젠 구직 등 정보 찾고 계획 세우느라 시간을 많이 쓰는데, 생산성의 차이는 100과 0이라니 웃기다. APO에 지원하려면 당장은 공부와 운동에 집중하면서 소소하게 파트타임으로 상담할 수 있는 곳에 원서를 써야 하지만, 지원하지 않을 거라면 하루빨리 전일제 직장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 자기소개서 등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데에도 품이 드는데, 원하는 기관에서 나를 뽑아 주리라는 보장도 없다. 뭐, 불안하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찬과 연락을 하지 않은지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 원래 이런 상태를 싫어했지만, 지금은 관심 밖이다. 오히려 떨어져 있다 보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사는 것 같다. 집이 시원해서 그런가? 나는 갈등이 생기면 그걸 터 놓고 이야기 나누면서 좋은 방법으로 해결하고 다음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고 싶다.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인생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그러고 싶다. 그런데 이제는 갈등 상황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안다. 해결의 시각도, 전제도, 수준도 달라서 애쓰는 건 시간 낭비이다. 지겨우리만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였으나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와 뭔가를 맞춰 가려고 했다. 그 다음에는 효용이 있는 점만 취사선택하려고 했다.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문제도 그의 한 부분이지만 장점도 그냥 한 부분일 뿐이라서, 그는 전반적으로 좋은 사람이지만 일시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가 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나는 뭐 좋은 사람인가. 신형철은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이라고 했다. 다만, 익숙함, 편안함 말고 애인에게 애정을 느낀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알았던 것 같은데. 언제나 연애와 독서할 시간이 있었던 것은 남들은 자투리 시간에 하는 그것들을 나는 해야 할 일들을 내버리고 했기 때문 아닐까. 뒤늦게 할 것들 하려다 보니까 바쁜 거지. 모든 이들과 그랬듯 그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내 인생은 계속 저벅저벅 걸어 나갈 것이다. APO로 가냐, 전일제 상담원으로 가냐, 그것이 문제일 뿐. 

 

새로 마련한 오븐레인지에 구워진 닭과 채소들>_< 호박을 더 넣을 걸 후회했다

'적바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707 jeudi: 본격 태그룸(tagroom)맨  (0) 2022.07.07
220706 mercredi: 맛있는 카레  (2) 2022.07.06
220701 vendredi  (0) 2022.07.02
220630 jeudi  (0) 2022.07.02
220628 mardi  (0) 2022.06.2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