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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아픔만 남은 재택근무가 끝났다. 부서장은 이렇다 할 공지를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타 부서원으로부터 재택근무가 연장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빨리 접했고, 뭐, 큰 기대도 없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구부정한 허리로 몇 시간씩 있다가 밤이 되어 잘라치면 뻐근하니까 할라아사나, 우스트라아사나,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등을 열심히 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요가 동작을 해온 요기(Yogi)이고, 특히 허리가 제법 유연하다. 허리를 활처럼 꺾으면 시원해지고 통증이 줄어들 줄 알았다. 어제는 새로운 헬스장 등록 일정이 있었다. 찬이 얼마 전부터 그곳에서 운동하기 시작해서 주말에라도 같이 운동 다니면 좋을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등록을 마치자마자 허리가 아프다는 나의 말에 그는 단단하고 돌기 있는 폼롤러를 주면서 ..
210708 jeudi 을 보러 아트나인에 함께했던 이가 말했다. "가 하네?" T와 BM은 벌써 봤단다.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우리가 아는 자연이 아니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아주 좋은 영화라고 평했다. 나도 그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을 알았고, 끌리는 구석이 있어 원작 소설 『노마드랜드』를 구입한 터였다. T와 BM의 취향은 믿을 만했다. 나는 바조에게 물밑 작업을 시작했고, 그는 지인에게 '네가 좋아할 것 같다'라고 진작에 추천받았다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운 좋게도 퇴근 후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그 주에 딱 하나 남아 있었다. 정보를 모르고 보는 게 좋다는 T의 조언에 따라 준비한 건 없었다. 어울리는 단어들은 아니지만 '작품성 있는 자연' 정..
그의 이종사촌 형과 그분의 아내에게 초대를 받았다! 지난가을에 처음 만난 언니는 임산부였는데, 한강에 비바람이 몰아치자 그곳에 모인 친인척 외 1인을 집으로 호기롭게 인도했더랬다. 언니는 선선하고 야무진 사람처럼 보여 단번에 호감이 갔다. SNS에서 본 아기는 너무 귀엽고 잘 웃었다. 순한 기질이 영상과 사진을 뚫고 나왔다. 찬은 나와 헤어졌을 때 아기를 만나 보고 홀딱 반하여, 나와 만남을 재개하게 되면서 제일 먼저 사촌 형 댁의 문을 두드렸다. 같이 가서 아기를 꼭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언니는 아기를 막 재우고 파스타와 피자를 대접해주었다. 6년 연애를 마치고 결혼한 커플의 여행 사진이 집 곳곳에 걸려 있었다. 가전으로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오빠(마음에 안 들지만 뭐라고 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의 ..
출근해서 일이 잘 안 되어 머리를 굴리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그와 계속 만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배가 불러 좀 걷다가 빨래도 하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잠든 평온한 하루였다. 그렇게 속상함 메들리가 끝난 줄 알았으나 또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이용할 걸 이용해야지, 어떻게 이 순진한 어린애를 이용하냐, 미친놈들. 그의 눈물이 불러온 건 분노였다. 화가 나서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쓰다듬기만 했다. 그게 그날 저녁 내내 느꼈던 교훈이라서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나랑 헤어질 생각했던 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자책했다. 다음 날 아침에 혼인신고를 하러 관악구청에 가자는 그에게 "안 돼,..
토요일부터 숙취가 해결되지 않아 몸져누워 있다가 그래도 W를 만나고 싶어 약을 사들고 음식점에 갔다. 약을 복용하는 간단한 행동도 정신이 혼미하고 눈물이 나서 잘 못했다. 가게 안 손님들이 때맞춰 다 나간 게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W는 나쁜 내 상태에 깜짝 놀라며 좋은 말들을 해주었다. 그가 제일 강조한 건 "찬을 만나러 달려가는 것 말고 다해."였다. 나는 그리움의 늪에 빠져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건 그를 만지는 것, 같이 밥 먹는 것, 안고 자는 것 이렇게 세 가지였다. 그동안 찬이 아닌 다른 사람도 가능할까 싶어 다른 누군가를 만지고, 같이 밥 먹고, 옆에 두고 자는 것까지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떤 건 너무 꺼려져서 시도조차 불가능했으며, 시도에 성공했다고 해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과 키스를 했다. 아는 사람과도 했다. “할 수 있다!”를 육성으로 다섯 번은 외쳤다. 그렇게 외칠 때마다 찬이 나를 얼마나 귀여워했는지 생각하며. 미끈한 혀가 주는 감촉이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놀랍도록 좋지 않았다. 아무개와의 접촉은 그저 그런 것이다. 닿는 게 의미 있으려면 좋은 감정이 기반되어야 한다. 개중 어떤 이는 향수를 시시때때로 들이붓는지 머리가 아팠다. 찬도 향수를 많이 뿌리는 편이었는데 왜 그에게는 늘 킁킁대며 코를 박았을까. 그를 잊으려고 별짓 다하고 있지만 잠깐 정신 팔던 순간이 지나면 더 큰 그리움으로 돌아온다. 마음이 패인 것 같다. 하지만 가만히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을 수가 없다. 그가 죽었다는 생각도 오늘은 도움이 안 되네. 그는 버젓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