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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00916 mercredi 본문
나는 용기가 없어서 병아리 한 마리도 못 키워본 사람인데 그런 나를 그가 꼭 붙잡고 널 알기 전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고 했을 때 그가 내 곁에서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언젠가는 배신할까봐, 늘 그래왔듯이 끝날까봐, 그리고 그 일이 닥쳤을 때 받을 상처에 익숙하고 대비도 잘 되어 있는 나와 다르게 그는 정말 크게 무너져내릴까봐 겁났다. 그를 지켜주고 싶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내가 그러지 못할까봐 하는 염려도 자란다.
운 좋게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는데도 마냥 즐겁지가 않고 왜 이렇게 걱정이 될까? 그가 내 말투를 따라하고, 내가 선물한 책을 읽고, 내 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동안 깔깔 웃었으면서 뒤돌아서면 뭐가 그렇게 안쓰러울까?
사실 오늘은 그와 두 끼나 함께 먹은 귀한 날이었다(그런데도 우는소리가 나오니 무슨 영문인지)!
내 회사 근처라고 일부러 어깨를 활짝 폈다던 점심엔 카타코토, 가을 밤바람이 시원했던 저녁엔 다이히로와 안킴랩, 함께 보낸 시간 전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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