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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00914 lundi: 진실만을 말하는 입

도르_도르 2020. 9. 14. 16:01

같이 살자고 말했다.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두루뭉술하게 넘겼을 것이다. 그는 내가 항상 피하는 느낌이랬다. 

 

같이 사는 건 좋아. 그렇지만 난 너만큼 결혼이나 아이를 원하는 마음이 크지 않아서 함께 지내는 그 이상을 바란다면 서로 곤란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생은 짧고, 젊은 날은 더 짧고 소중해. 그 시간을 누구랑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질 거야.

가르치려 드는 나의 말에 자기도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같이 살면서 네가 결혼에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 너무도 소중한 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 

 

 

네가 일부러 그렇게 다니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 일단 사람들이 너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심이 없어. 그리고 갖춰 입는 게 때로는 덥고 불편하니까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도 난 다른 사람들이 소중한 너를 그렇게 보는 게 싫어.

 

누구나 SNS에서 네 몸을 볼 수 있잖아. 난 그런 것도 아닌 걸?

 

이건 일이잖아. 네가 만약 비키니 모델이라서 비키니 착용 사진을 올린다면 그건 이해해. 

 

그런데 왜 이렇게 손 땀이 나? 어차피 나는 네 주머니 속에서 살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을 다 통제할 수도 없어. 좋아한다고 해서 혼자 보려고 하는 거, 뭘 혼자 보려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야.

 

시대착오적인 게 뭐야?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생각.

 

시대착오적인 건 너야. 나는 21세기에 맞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너는 12세기 정도야.

 

어째서?

 

지금 지나가는 남자 열 명한테 물어봐. 열이면 열 다 나랑 같은 생각일 걸. 그러니까 시대에 맞는 건 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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