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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21103 jeudi

도르_도르 2022. 11. 4. 09:42

상담 선생님은 자존심이 상해서라고 하셨다. 내 마음을 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하셨다. 할 수 있는 행동 옵션들을 나열해 놓고, 각각을 비교해 보았다. 그중에 몹시 원하는 게 있었는데, 절대 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마음마저 부정했다. 선생님과 내가 최종 선택한 옵션은 이제껏 해 오던 행동이었다.

다시 만난 그는 자기 친구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듣다 보니 그 친구와 그의 관계는 나와 그의 관계와 다르지 않았다. 망설여졌다.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고, 최선의 대처를 하고 있다는 걸 확인받았음에도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 좀 더 편안해지기를 바랐다. 그도 피하지 않았다. 서로를 잃고 싶지 않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백했다.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말로 알았을 때 느껴지던 기분은 실망이기도 했지만 안도감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자신을 감췄던 만큼 그와 가까이 있지 않았다. 멀리 있는 사람에겐 상처를 줄 수 없다. 나는 다시금 입을 다물었지만, 이제는 정말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나에게도 그가 제 위치를 찾은 것이다.

 

맛있고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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