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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21022 samedi 본문
이쪽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만난 선배들이 그랬다. 남자 친구 있으면 헤어질 수도 있다고. 웃어넘겼지만 진짜 첫 상담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그와 헤어졌다.
다시 상담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오늘 새벽 3시 반에 가지 말라는 말을 뒤로하고 그곳에서 나왔다. 기침이 나왔지만 속은 시원했다. 말렸다면 참았을 텐데 엉겁결의 독려에 내뱉은 "넌 진짜 자기중심적이야." 때문이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혼자 있고 싶다는 그 전의 말을 철회하고 날 붙잡았다.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의 자기중심성 앞에서 드디어 의견의 합치를 본 것이었다.
그동안 결핍되었다고 느낀 것, 이해하려 애썼던 것, 나의 문제로 돌렸던 것들이 실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환경이 척박하니 거기 적응한 것이었다. 북한에서도 사람이 살아가잖아. 그동안 북한에 있으면서 남한에서 스마트폰 쓰며 살던 시절을 차츰 잊었나 보다. 그러나 256GB짜리 새 폰을 획득하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요구하는 새 직장에서 내가 누구인지 기억해냈다.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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