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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21004 mercredi

도르_도르 2022. 10. 6. 00:26

10월. 낯설다. SNS에는 벌써 2023년 다이어리 광고가 뜬다. 오늘은 새 직장에 출근 2일 차였다. 3개월 조금 넘게 쉬다가 들어간 직장. 도보로 10분 거리이며(동료가 물으면 양심상 15분 걸린다고 말한다), 정말 하고 싶었던 직무를 담당하게 되었고, 온화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일품인 곳.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름 앞에 '전문상담사'라고 불리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대학교 친구 하나는 밥상머리에서 "효율적으로 살 것"을 교육받았다고 하였다. 우리 부모님은 단 한 번도 '효율'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시지 않았으나 그 친구와 내가 친했던 건 내 삶의 방식이 본능적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내자'였기 때문 아니었을까. 진로를 결정하고도 전문성을 키우는 데에 너무 많은 비용, 시간, 불합리성이 존재한다는 데에 종종 분개했고, 반항(?)을 꿈꾸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물론 경제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잘하려면 정말 본격적으로 품을 들여서 공부를 하고 실무를 경험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체중을 감량하고 싶으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거 말고는 답이 없는 것처럼,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남들 하는 거 구경을 할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읽고, 생각하고, 직접 해 보는 등의 과정을 거쳐 그것을 정말 내 것으로 체화시키는 것 말고는 정도가 없다. '소용 있을 것 같아?'와 같은 불안을 잘 관리하고 묵묵하게 그 과정을 밟아온 사람은 당장은 안 드러나더라도 끝내 변화한다. 즉, 최소한의 비용으로는 최소한의 결과만 얻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불행할 연애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청춘처럼 온몸과 마음을 그곳에 확 던져버려야 한다. 자신을 내던져야 사랑을 배울 수 있으니까. 가성비 좋은 제품이 아닌 명품을 구입하듯소중하게 번 돈을 단번에 다 털어내면서도 기뻐하는 그 희생정신으로―자신을 내던지는 게 전문가로서의 물이 드는 첫 순서인 것 같다.

 

먼저 실천할 것은 '교재 읽기'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 욕심이 많았다. 부모님은 내가 원하는 책은 뭐든 사 주셨다. 부모님 댁에는 산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못 읽은 책들이 있다. 공부를 한답시고 산 교재들은 10년 묵은 건 아니지만(5년은 넘음) 역시나 아직도 새책 냄새를 풍기며 하지만 내지가 노랗게 바랜 채로 책장 한 구석에 있다. 마음 맞는 사람과 적당한 강도와 적절한 방법의 스터디를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는 혼자라도 그것들을 좀 펼쳐 봐야겠다. 제발.

 

동백섬의 바다를 보며 전문가 꿈꾸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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