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넷째 주(12/19~12/25)

 

12/19

『여름 상설 공연』_박은지

「창밖이 푸른 곳」

엊그제 체력 학원, 면접 학원에서 스치듯 만났던 분들이 경찰 제복 입은 사진을 여러 장 보았다. 그곳에 다다를 뻔했다는 생각도 잊고 추위에 웅크릴 때였다. 2주 뒤면 계약이 만료된다. 공부하고, 교육 받고, 운동하는 내 모습을 그려 보았다. 

 

 그렇게 하면 너의 이름이 지워지는 것입니까

 

 창밖은 푸르고, 우리는 매일 모여 너의 이름을 지운다.

지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

 글쎄…… 나는 사실 어제의 너였다고 말하면 대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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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인간의 조건』_한나 아렌트

개정판 서문_마가렛 캐노번

못난 메모지들과 맞바꾼 존예 메모지😜 경건하게 책 읽을 준비를 마치고 초집중하여 보고 있는데 아직 두 번째 서문에 머물러 있다. 복잡하니까 여기서 예습 단단히 해 놓으라는 뜻이겠지? 오전 반차인 건 좋으나 영화 보고 집에 오면 12시가 넘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그렇게 긴 줄 알았다면 약속 안 잡았을텐데... 드디어 도착한 숙면에 도움 준다는 영양제들이나 빨리 먹고 자고 싶다.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타인들과 인간세계를 공유하는 경험만이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둘러보고 또 공유된 공통감각을 발전시킬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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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피부는 인생이다』_몬티 라이먼

피부 가리지 않아서 혼나 본 사람 손🤚

 

남들이 내 피부를 얼마나 볼 수 있는가는 영적인 의미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인간은 모두 발가벗은 채로 태어난다. 누구나 몸의 피부가 세상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로 이 땅에 태어나지만 대부분 문화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몸을 어떤 식으로든 가리고서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간다. 그런 규칙을 세운 주체는 체계화된 종교일 수도 있고 비공식적인 정신성, 개개인의 도덕적 가치일 수도 있다. 진지한 믿음은 피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어느 정도까지 그 믿음은 규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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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인간의 조건』_한나 아렌트

드디어 한나 아렌트가 직접 쓴 글에 닿았다. 그러나 여전히 서문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 진리는 단독으로 살아가는 인간, 즉 비정치적인 인간에게는 매우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행위하며 살아가는 다수의 인간들은 서로 소통하고 또 자신과 타인에게 통하는 말을 할 때에만 의미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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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사건』_아니 에르노

장 T.와의 일화를 읽으니 작가가 페미니스트인 게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부글맨😠

 

그가 속한 단체에서 가족계획 명목으로 정해 놓은 도덕적 범주에는 임신 중절을 원하는 여자아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일등석에 앉아 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 알고 싶은 것뿐이었다. 이를테면 돈 한 푼 안 내고 전부 다 보고 싶어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