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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10718 dimanche 본문
그의 이종사촌 형과 그분의 아내에게 초대를 받았다! 지난가을에 처음 만난 언니는 임산부였는데, 한강에 비바람이 몰아치자 그곳에 모인 친인척 외 1인을 집으로 호기롭게 인도했더랬다. 언니는 선선하고 야무진 사람처럼 보여 단번에 호감이 갔다. SNS에서 본 아기는 너무 귀엽고 잘 웃었다. 순한 기질이 영상과 사진을 뚫고 나왔다. 찬은 나와 헤어졌을 때 아기를 만나 보고 홀딱 반하여, 나와 만남을 재개하게 되면서 제일 먼저 사촌 형 댁의 문을 두드렸다. 같이 가서 아기를 꼭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언니는 아기를 막 재우고 파스타와 피자를 대접해주었다. 6년 연애를 마치고 결혼한 커플의 여행 사진이 집 곳곳에 걸려 있었다. 가전으로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오빠(마음에 안 들지만 뭐라고 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의 덕택으로 집에는 천만 원이 훨씬 넘는 텔레비전, 블루투스 스피커가 장착된 냉장고 등 쉽게 볼 수 없는 제품들이 있었다. 몇 달 전에 이사한 아파트 단지는 집에서도 짙은 녹음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쾌적했다. 언니는 내게 살이 빠졌다면서 "찬이 너 힘들게 했구나! 이 집 남자들은 다 똑같아. 여자한테 잘해주는 타입이 아니야."하고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나랑 헤어지고 아기를 보러 갔다가 언니에게 "네가 잘못했지?"를 필두로 된통 혼났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촌 형의 어머니인 이모에게까지 연락을 받아 "솔직히 말해라.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며? 너 그러면 안 된다." 등의 꾸중을 들었단다.
아기는 나와 찬을 빤히 쳐다보는 것으로 첫 만남의 포문을 열었다. 너무 순해서 혼자 놔둬도 잘 놀았다. 우유도 잘 먹고, 사과 퓨레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피부는 또 어찌나 몽실몽실하고 보드라운지! 오빠와 언니는 아기에게서 눈을 못 떼는 우리에게 어차피 결혼할 거라면 빨리 하는 걸 추천한다며, 결혼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쑥스러워했다. 나는 내년에 이직 생각도 있고 찬이 아직 어리기도 해서 결혼이 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곧바로 찬에게 화살을 돌려 이제 어린 나이 아니라고, 찬이 실비보험은 있는지("네, 있어요!" "왜 도르가 대답해? 도르가 너 다 챙겨주는 거지?"), 왜 아직 면허를 안 땄는지("제가 운전 연수받고 제주도 가서 운전하다가 싸웠답니다." "아니, 너는 운전도 못하면서 싸우긴 뭘 싸워!") 등을 궁금해했다. SNS를 최근에 지운 찬에게 지금 그걸 이용해서 자신을 브랜딩하고 돈을 벌 생각을 해야지 삭제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고, 찬은 갑작스러운 잔소리 폭격에 애꿎은 거스러미를 뜯었다.
그 부부는 비슷한 점이 많아 보였다. 목표를 세우고 재테크를 하는 등 경제 관념이 철저한 것, 여행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 재미있고 솔직하고 외향적이고 재기 발랄한 특성 등.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그와 나는 다른 게 너무 많아서, 헤어져보니 너무 힘들어서 다시 만나는 건 맞지만 맞춰가면서 같이 살 수 있을지, 그런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서로 달라도 잘 사는 사람들은 잘 산다며, 다만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으니 서로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그들도 처음에는 소비 습관이 달랐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관념이 더 철저한 사람의 의견대로 합의를 하게 되었단다. 긴 연애 중 2~3개월 정도 헤어진 시기도 있었지만, 다시 만나기 시작하여 결혼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말도 해주었다. 그들은 단단해 보였고, 인생의 하나뿐인 동반자이자 아군으로 서로를 위해 주며, 함께 꾸린 가정에 대한 한치의 의심도 없는 것 같았다. 주위에 아기 있는 젊은 부부가 없는 나는 그들과의 만남이 무척 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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