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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4/10 (3)
화양연화

청첩장을 만들었다! 사진 수정본이 올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청모가 11월 초부터 시작될 것 같아 몇 십 장만 제작에 맡겼다. 사진은 원본을 직접 수정했다. 1300여장 중 얼굴 안 나온 디자인이 버릴 때 부담 없다는 주변인들의 후기를 반영하여 골랐다. 얼굴은 안 보이지만 볼이 통통한 게 누가 봐도 우리 둘이다. 나중에 수정본이 오면 다른 디자인으로 또 만들어야지.

그러니까 이게 어떤 상황이냐면, 시험의 압박에서는 벗어났다. 다행이지. 하지만 많은 업무량과 (돈을 버는 것과는 정반대이지만)또 다른 직업 수준이자 신경 쓰임 요인인 결혼 준비 때문에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택했기에 업무량이 많은 건 큰 스트레스 요인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행정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 상담사가 못 되면 행정 일을 해서 먹고살면 되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행정 일 또한 싫어하진 않았다. 다만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준비가 필요한데, 그 시간에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여러 서류들을 작성하고 있으려니, 아쉽고, 손목과 어깨와 뒷목이 뻐근하다. 이번 달에도 약 20시간의 시간외근무를 했다. 피아노 연주와 독서를 즐기고, 복싱을 하며 스트..

결혼 준비 초기에 C가 "나랑 결혼하기 싫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이것도 싫다, 저것도 생략하자 등 예식을 기본적으로 간소화하려는 태도를 장착한 것이 그의 눈에는 결혼 자체를 하기 싫은 사람처럼 보인 것이다. 실제로 나를 비혼주의자로 알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오히려 결혼에 관심이 많았다. 결혼을 관찰해 보니 내 인생에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느 날 C에게 첫눈에 반하였고, 평생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와 함께할 시간들을 꿈꾸는 건 근사한 일이었다. 결혼이 나에게 온 것을 감사해하며, 결혼식을 생략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여 주기식 문화와 맞짱 뜨고, 허례허식을 타파하고 싶기는 했다. 좀 후줄근해도 괜찮으니까 분수에 맞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