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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00826 mercredi: 손하라 본문
이번 적바림에는 특별히 제목이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라(이프).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모른 척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지만, 남들은 모르게 혼자 알고 싶은 소망이 있다(변태 같아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내맘대로링임!). 모른 척은 '무언가를 알지만 알리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 행동은 내 소망에 부합한다.
도르도르도 '돌'과 '돌머리'에서 유래하였다. 모른 척이 나의 속성이란 걸 간파한 친구들이 지어주었다. 그 친구들과는 손절했지만, 도르도르는 이렇듯 블로그 이름까지 꿰찼으니,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다.
요즘 더욱 처절하게 내 멋대로 살고 싶어서 이미 여기-지금밖에 없으면서도 '내 마음대로'를 외친다. 이럴 때가 아닌 걸 안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운동하고, 빨래, 청소, 책상 정리, 음악 청취, 영화 감상, 친구들과의 담소 등 할 게 태산이다. 코로나도, 바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등지고 뛰쳐나갈 때 얼마나 짜릿한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저벅저벅 가면, 저만치서 우뚝 서 있는 그가 보인다. 언제나 운동복 차림에 까만 마스크를 끼고 있다. 못 본 척하고 계속 걷다가 닿일 거리가 되어서 고개를 들면, 그는 팔을 내민다. 팔짱을 끼라는 뜻이다.
눈을 쳐다보지도, 정다운 말을 하지도 않는데, 그 시간이 참 좋다.
여전히 할 일들은 태산이다. 조그마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니 더 그렇다.
그런데도 자꾸 박차고 나가게 되는 하루하루. 그래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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