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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00819 mercredi

도르_도르 2020. 8. 20. 12:46

<운동 일지>

1. 요가 12분: 저녁 포식 후 단잠 자다가 자정 넘어서 시작해서 시간이 촉박했다.

youtu.be/xgwkQlKkAAo

유튜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가 프로그램. 구성과 음악이 참 좋다.

2. 팔굽혀펴기 한마당: 여전히 진전은 별로 없고, 땀만 많이 난다.

 

 

운동 기구를 사용하지 않을 심산으로 슬리퍼를 신고 헬스장에 갔다가 쫓겨날 뻔한 걸 그의 연인라는 명분 덕에 넘겼다. 그가 너무 재미있다며 두 번이나 말했다.

 

어느 무리에 잘 적응하기 위해 남자 친구부터 사귀고 봤던 어린 날이 떠올랐다. 

운동인이 되려고(되고 싶지만!) 그의 옆에 있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명확한 이유를 아직 모른다. 그 이유들을 찾느라 헤매는 과정이 흥미롭긴 해도 무지에서 오는 불안이 있다. 못 찾으면 언젠가 파사삭 마음이 부서져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좋아하고, 다시 설명할 수 없는데 더 이상 함께하고 싶지 않은 거지.

 

그럼 이전에는 명확하게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걸까? 기억이 안 난다.

 

 

 

닭가슴살 볶음 같이 먹자 그러면 외면당하지만, 조용히 볶으면 맛있는 냄새 난다고 다들 달려드는 마성의 요리. 

 

저녁은 닭가슴살을 볶아 직접 재배하고 담근 귀한 명이나물과 함께 먹었다. 요리할 땐 양이 많다 생각했으나 점심을 굶어서인지 다 먹어버렸다.

 

그가 먹고 싶대서 한 판 더 구워서 갖다 주었다. 배달 음식보다 맛있다는 피드백이 왔다.

 

 

나는 냉정하나 서로 쓰다듬길 원하고, 그는 온정적이지만 목석같다. 내 말에 그가 빈정 상하고, 그의 행동에 내가 외로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스킨십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설명해주는 게 고마우면서 미안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자격지심 갖거나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부모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선 긋는 게 좋았다. 사실과 그에 따른 객관적인 결과뿐, 군더더기가 없었다.

나는 그를 안타까워 하거나 '그래서 나 보고 어쩌라고.'와 같은 생각(왜 이렇게 야박스러울까?)을 안 해도 된다. 그는 부담을 주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마음의 한 조각은 왠지 쓸쓸해 보이는 그의 옆에 기대고 싶었다. 

 

어쩌면 이렇게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하더라도 느껴지는 마음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이 그에 대한 내 감정을 이룰지도.

 

"닫히기 전에 안겨라."

"여차하면 주먹 치기!"

 

 

날이 개어서 다시 황금빛을 찾은 당산역 인근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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