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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10610 jeudi

도르_도르 2021. 6. 11. 11:03

토요일에 부동산에 갔다가 그 근처 사는 Y와 커피라도 마시기로 했다. 일요일에는 정밀 검사를 받으러 산부인과에 간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 환자만 들어올 수 있다고 하여 찬은 카페에서 책을 읽겠단다. 내 용무가 끝나면 근처 맛집이라고 소문난 중국집에 갈 예정이다.

 

요새 하는 업무는 해도, 안 해도 표가 안 나서 자꾸 미루게 된다. 야근을 하면 진도가 좀 나갈 것 같은데, 출근해서는 야근 뽐뿌가 오지만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그 결심은 애초에 한 적 없는 양 스르륵 사라진다. 6시가 되면 누구보다 빠르게 회사 밖을 나선다. 지하철에서는 어떻게든 앉으려고 기를 쓰고, 자리를 차지하면 무조건 존다. 꾸벅꾸벅. 어차피 집 가까이 가면 절로 눈이 떠지니 괜찮다. 

 

집에 가면 회사나 직무 따위가 낄 틈이 없다. 하지도 않는 공부 생각, 히사이시 조 음악회에 가기 전 봐야 할 영화 목록 정리, 씻기 싫음과의 대결, 쏟아지는 잠과의 사투, ... 바쁘다, 바빠. 허쉬스 초코크런치는 인생 시리얼로 등극했다. 달고 와작와작 씹힌다. 그는 최근 에어팟 프로를 구입했다. 누가 훔쳐갈까봐 겁내길래 택배 박스를 집 안에 넣어 줬다. 갤럭시탭을 켜니 그의 계정으로 로그인된 네이버로부터 구매 완료 팝업이 여러 개 뜬다. 무선 이어폰에 더하여 폼롤러와 향수를 산 것 같다. 집에 둘 데가 있냐고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그가 계정을 저장해준 것이 자신이 매월 결제하는 p2p 사이트를 내게 공유해주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보다 만 알쓸범잡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내일 아침에는 꼭 샤워하고 출근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잠에 빠진다. 쿨쿨.

 

지난 주말 그가 감탄해 마지않았던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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