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05 lundi 유럽신혼여행 12일차: 다같이 돌자 루체른 한 바퀴
어제 세탁실 이슈 때문에 숙소가 너무 무서워졌고, C 또한 이 숙소에서 지내면서 몇 년 만에 가위를 눌렸다고 했다. 우리는 아침을 후딱 먹고 그린데발트를 떠났다. 기차 안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다 읽었다. 이어서 <작별하지 않는다>와 <불안사회>를 뒤적이다가 좀 잤다.
루체른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호텔에 갔지만 시티 택스를 9프랑 달라고 하였고 얼리 체크인은 안 된다고 했다. 짐만 맡긴 뒤에 루체른을 돌아보기로 했다. 기적처럼 비가 그친다면 산에 가려고 했는데, 예보처럼 비가 종일 내려 도시 구경을 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든든한 감시탑 및 시계탑이라는 Männliturm였다. 루체른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루체른을 구경하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들릴 곳들도 갔다. 빙하공원은 빙하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라는데, 그중 하나이다. 빈사의 사자상, 카펠교도 마찬가지이다.




오후 3시에 맞춰서 숙소에 들러서 체크인을 했다. 주니어 스위트로 룸을 업그레이드해 주었다고 하였다! 테라스에서 편하게 아침에 싸온 빵과 과일을 늦은 점심으로 먹었다.
그런데 저녁 먹다가는 커튼에서 큰 거미 발견해서 걸음아 날 살려라 방으로 들어왔다. 바로 봉쇄했고 다시는 테라스에 안 나갈 것이다...

배를 채우고 나서는 Sammlung Rosengart 미술관에 갔다. 스위스 트레블 패스로 무료 입장이 되었다. 피카소를 중심으로 모네, 샤갈 등 유명 미술가의 작품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이 적고 조용했다! 매표소의 직원이 관람객 한 명 한 명에게 미술관 전체적인 구조와 대략적인 작품들을 설명해 주어 더욱 좋은 인상을 주었다.
유럽의 미술관들은 관객을 매우 믿는 것 같다. 한국 미술관에서는 제목이나 설명이 어두운 조명 아래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서 읽으려고 다가가면 '넘지 마세요'라는 뜻의 줄을 종아리 쯤에서 만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작품뿐만 아니라 글씨 가까이에도 가지 못하여 답답함을 느꼈다. 유럽 미술관에서 그런 줄은 거의 못 봤고, 바닥에 스티커로 붙여진 선이 간간히 있으나 작품과 꽤 가까워 관람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조각품이나 설치미술작품 등에 아무 보호 장치가 없을 때는 괜히 내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예전에 피카소 작품을 여럿 봤던 때가 생각났다. 오래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때로부터 어디로 얼마쯤 왔는지 이 낯선 곳에서 떠올려 보았다. 인생이 짧고, 젊은 시절은 더욱 그렇다고 하더라도 젊다는 이유로 모든 행동에서 면벌부를 받을 순 없다. 지키고 싶은 게 있어야겠지.